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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우수관 하수구악취, 비닐로 막아도 냄새가 계속 난다면 원인부터 확인하는 전문업체 하우스클린 본사새 창 열림

제1장 레드 아이언의 아들​아틀란 대륙, 셀 황야.​검은 깃털에 붉은 부리를 가진 매 한 마리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올랐다. 무성한 산림과 투명하도록 푸른 호수, 끝없이 펼쳐진 황야를 지나 속도를 줄인 매는 거친 절벽 위에 내려앉았다. 깃털을 고르던 매의 시선이 아래를 향했다.​그곳에는 마치 거대한 운석이 충돌한 듯한 원형의 천갱(天坑)이 자리 잡고 있었다.​중심부에는 숲과 강이 흐르고 있었으나, 사방은 가파르게 솟구친 절벽으로 가로막힌 형세였다.​검은 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시야 끝에는 천갱 바닥에서 온 힘을 다해 맨몸으로 바위산을 들이받고 있는 기묘한 생명체가 포착되었다.​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는 약 6미터. 비늘과 뿔, 날개와 긴 꼬리를 모두 갖춘 그것은 영락없는 어린 드래곤이었으나, 그 생김새는 일반적인 종류와는 사뭇 달랐다.​머리 형태는 레드 드래곤을 닮았고 뒤로 뻗은 뿔 또한 그러했으나, 뿔의 뿌리 부분이 삽 모양의 금속 골격에 감싸여 기사의 투구처럼 각진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몸을 덮은 비늘은 겹겹이 쌓여 은색 섬광이 감도는 검은색을 띠고 있었고, 표면의 문양은 마치 철판 위를 흐르는 용암처럼 암적색 광택을 내뿜었다. 비늘의 가장자리는 칼날처럼 예리했으며, 호흡에 따라 들썩일 때마다 흑요석 같은 차가운 빛을 반사해 전체적으로 강렬한 금속 질감을 자아냈다.​비록 어린 드래곤이었으나 이미 평범한 맹수를 압도하는 위용과 강인함이 느껴졌고, 사지와 꼬리, 날개 또한 유독 건장했다.​쾅!​갈로스는 일반적인 어린 드래곤보다 훨씬 넓고 두터운 날개를 휘둘러 가속하며 눈앞의 절벽 밑동을 들이받았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그는 어지러운 듯 고개를 흔들며 바위 사이에 박힌 머리와 상체를 뽑아냈다.​갈로스는 비늘을 털어 틈새에 낀 돌조각과 먼지를 털어냈다. 그러고는 검은 매를 의아하게 만들었던 '산을 들이받는 기행'을 멈추고, 자신이 직접 뚫어놓은 거대한 구멍 옆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드래곤족으로 변한 지도 벌써 6년인가.​갈로스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읊조리며 자신의 앞발을 내려다보았다. 발톱을 쥐었다 펴는 동작이 반복되었다.​그, 아니 그는 평범한 드래곤족이 아니었다.​우선 그는 레드 드래곤과 아이언 드래곤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었으며, 그 기이한 외형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레드 아이언 드래곤 혼혈은 희귀하긴 했으나, 생태적 범주를 벗어난 일은 아니었다.​레드 드래곤과 아이언 드래곤은 모두 악룡 중에서도 힘과 강함을 숭상하는 전형적인 종이었다.​한쪽은 크로매틱 드래곤의 수장이고, 다른 한쪽은 페러스 드래곤(亚铁龙)의 우두머리였다.​보통 이 두 드래곤족은 서로를 탐탁지 않게 여기며 마주치기만 해도 격렬한 싸움을 벌이는 숙적 관계다. 하지만 힘을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악룡들답게, 싸우다 정이 들거나 서로의 강함에 매료되어 걷잡을 수 없는 불꽃이 튀는 일도 아주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었다.​그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이 레드 아이언 드래곤의 몸 안에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의 영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었다.​그렇다. 갈로스는 차원 이동자였다.​왜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고민하는 것은 이미 의미 없는 일이었기에 그만두었다. 게다가 드래곤의 육체는 인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력했기에, 새로운 생명을 얻은 갈로스는 자신이 드래곤족이 되었다는 현실을 일찌감치 받아들였다.​드래곤의 전승에 영향을 받으며 보낸 6년의 세월.​이제 인간의 영혼과 드래곤의 본성은 하나로 융합되어 경계가 사라졌다. 힘과 강함을 추구하는 드래곤의 본성을 근간으로 삼되 인간 특유의 논리적인 지혜를 겸비한 성격이 형성된 것이다. 그는 드래곤의 강인함을 지녔으면서도 지나친 오만함이나 보물에 대한 병적인 집착 같은 약점에서는 자유로웠다.​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다.​정수만을 취하고 찌꺼기는 버린 셈이다.​갈로스는 앞발을 들어 방금까지 산벽에 들이받았던 머리를 찬찬히 쓰다듬었다.​안면 보호구 역할을 하는 세밀한 비늘과 머리 위의 뿔이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 듯한 촉감이 전해졌다.​확연하지는 않지만, 몸이 조금 더 강해진 건 확실하군.​어린 드래곤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칼날 같은 비늘이 돋은 꼬리를 좌우로 흔들자 지면에 깊은 긁힘 자국이 새겨졌다.​6년 동안 갈로스는 자신의 육체를 끊임없이 연구했다.​드래곤 본연의 신비로운 능력 외에도, 그는 혼혈의 피와 인간의 영혼이 결합하며 일어난 미지의 반응 덕분에 다른 드래곤에게는 없는 선천적 재능을 하나 더 얻었음을 발견했다.​——그것은 바로 '적응 진화'였다.​이 재능은 처음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미미했다. 갈로스조차 두 살이 되기 전까지는 자신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정도였다.​지금도 그 효율은 제한적이었다. 매일같이 단련하고 다듬으며 적응하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어야만 단 한 번의 유효한 진화가 이루어졌다. 진화의 폭 또한 크지 않았고,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에너지 섭취가 필수적이었다.​수년의 세월을 들인 끝에 갈로스는 일반적인 어린 드래곤보다 훨씬 강건한 체구를 갖게 되었고, 그의 비늘은 이제 금속과 같은 질감을 띠게 되었다.​하지만.​갈로스가 이 능력을 사용하고 성장함에 따라 재능 자체도 함께 진화하고 있었다. 해가 갈수록 그 효과는 증폭되었으며, 그 한계가 어디인지는 아직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세상의 모든 '진화형'재능이 그러하듯, 갈로스는 자신의 미래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다.​드래곤족의 유구한 수명과 나이가 들수록 강해지는 특성에 나의 적응 진화 재능이 더해진다면, 언젠가 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갈로스는 즐거운 상상에 잠겼다.​두터운 산벽을 한 번 힐끗 본 강인한 어린 드래곤은 다시 거리를 벌렸다. 그러고는 먼지를 휘날리며 몇 번이고 바위를 들이받기 시작했다.​찬란한 미래는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다.​지금은…… 일단 이 산부터 계속 들이받고 볼 일이다.​이것은 갈로스의 일상적인 단련 방식 중 하나였다.​다른 방식으로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가 자유 낙하로 추락하기, 불길 속에 뛰어들어 몸을 지지기, 아이언 드래곤인 어머니에게 꼬리로 매질 당하기, 깊은 물 속에서 숨을 참으며 한계까지 버티기 등이 있었다.​시간은 무심히 흘러갔다.​태양은 서서히 서쪽으로 기울어 먼 산의 품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무수한 별들이 수놓인 밤의 장막이 내려앉았다. 둥근 달과 초승달, 두 개의 달이 동시에 청명한 달빛을 쏟아내며 어두운 세상을 환하게 비추었다.​단련을 마친 갈로스는 흉측하게 무너져 내린 구멍 앞에서 몸을 일으켰다.​주변에는 갈로스의 손길, 아니 몸길이 닿은 수많은 구멍이 널려 있었다.​거울처럼 맑은 호숫가로 갈로스가 다가서자 수많은 짐승과 새들이 놀라 흩어졌다.​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호탕하게 물을 들이켠 뒤 고개를 들어 두 개의 달을 바라보았다.​이 두 달 중 하나는 차오르고 기우는 자연스러운 달이었지만, 다른 하나는 언제나 완벽한 원형을 유지하는 변함없는 '가짜 달'이었다.​그 가짜 달의 정체는 엘프 제국 [나우실]이 건조한 궤도 마법 요새였다.​이 가짜 달 외에도 밤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했다.​겉보기엔 평범한 별과 다를 바 없었으나, 사실 그것들은 여러 제국이 마법 공학으로 쏘아 올린 각종 '인공위성'들이었다.​(본 장 완)​Cover​제2장 물의 친화력​베르나르도. 그것은 갈로스가 딛고 서 있는 이 행성의 이름이었다.​이 행성은 마법 문명이 고도로 발달해 있었으며, 모든 국가가 마법 공학 발전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수준 높은 국가들은 이미 마법 엔진을 탑재한 우주선을 건조해 우주 공간과 타 행성을 탐사하며 자원을 채굴하고 있었다.​드래곤족은 최상위 포식자지만, 이 세계에서 무적이라고 불리기엔 무리가 있군.​갈로스는 하늘의 가짜 달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드래곤의 전승에 따르면, 과거 [허리케인의 날개]라 불리던 태고의 블루 드래곤이 나우실 엘프 제국의 도시 여러 곳을 파괴했다가 오랜 시간 추격당한 기록이 있었다.​결국 나우실은 도시 하나를 미끼로 삼아 거대한 마법 진으로 그를 가두는 데 성공했다.​그리고 가짜 달에서 쏟아져 내린 파멸의 빛줄기가 그 강대했던 블루 드래곤을 소멸시켰다.​게다가 베르나르도 행성의 다른 종족들은 크로매틱 드래곤과 페러스 드래곤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인상을 품고 있어. 발견되는 즉시 토벌대가 꾸려질 정도지.​드래곤족은 다양하게 분류된다.​가장 개체 수가 많은 크로매틱 드래곤을 비롯해 메탈릭 드래곤, 젬 드래곤, 그리고 페러스 드래곤이 그들이다.​크로매틱 드래곤은 사악한 본성으로 파괴를 일삼아 악룡으로 규정되었고, 페러스 드래곤은 드래곤족 사이에서도 '미친개'로 통할 만큼 동족에게조차 가차 없이 살수를 뻗치는 위험한 존재들이었다.​나는 크로매틱 드래곤과 페러스 드래곤의 혼혈, 그것도 레드 드래곤과 아이언 드래곤의 피가 섞였으니…… 저들 눈에는 악룡 중의 악룡, 태생부터 사악한 괴물로 보이겠지. 결코 살려둘 수 없는 위협적인 존재로 말이야.​갈로스는 호숫가에 털썩 주저앉았다.​꼬리를 물속에 담그고 살랑살랑 흔들었다.​달빛을 받으며 갈로스는 물결의 감촉을 느꼈다. 이따금 작은 물고기들이 다가와 비늘 사이에 낀 풀과 먼지를 쪼아대는 평화로운 감각 속에서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역시 단련을 게을리하지 말고 스스로를 더 강화해야 해.​내가 강해져야만 앞으로 닥칠지 모를 위험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 테니까.​이제 막 시작된 드래곤으로서의 삶. 갈로스는 가능한 한 오래 살고 싶었다.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운이 다해버렸던 전생처럼 허무하게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일단 작은 목표부터 세워보자. 백 살까지만 살아보는 거야.​아니지, 드래곤은 백 살이 되어야 성체니까, 천 살까지는 살아야겠군.​갈로스는 몸을 뒤로 휙 젖혔다.​어린 드래곤의 신체가 수면을 가르며 달빛 아래 수만 개의 투명한 물방울을 흩뿌렸다. 그는 수압이 느껴지는 호수 깊은 곳까지 잠수한 뒤 숨을 멈추었다.​——사실 드래곤족은 물속에서도 호흡이 가능했다.​갈로스는 그저 자신의 심폐 능력과 수원소에 대한 친화력을 단련하고 싶었을 뿐이었다.​매일 반복되는 고된 훈련 덕분에 그의 심폐 기능은 여타 드래곤보다 월등히 뛰어났고, 그가 내뿜는 브레스의 위력과 지속 시간 또한 일반적인 어린 드래곤을 압도했다.​본래 아이언 드래곤과 레드 드래곤은 불의 속성을 지녀 물을 기피한다.​그들의 피를 이어받은 갈로스 역시 뼛속까지 화염 속성의 드래곤이었다.​따라서 물이나 얼음 계열의 공격은 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었다.​공포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다.​언젠가 마주할지 모를 속성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갈로스는 수년 전부터 물에 대한 거부감을 억누르며 정기적으로 잠수 훈련을 하며 적응해 왔다.​이제 그의 본능 속에 각인되었던 물에 대한 혐오감은 완전히 사라졌다.​실제로 수계열 공격을 받아본 적은 없어 정확한 수치를 알 순 없지만, 최소한 남들처럼 두 배의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 갈로스는 확신했다.​그때였다.​등 뒤에서 미세한 수류의 파동이 감지되었다.​검은 그림자가 무서운 속도로 다가와 갈로스를 덮쳤다.​갈로스는 예리하게 물의 흐름을 포착했다. 공격이 닿기 직전 몸을 돌린 그는 앞발을 들어 강하게 휘둘렀다.​쾅!​검은 앞발과 붉은 앞발이 충돌하며 수중에서 거대한 파동이 일었다.​불꽃처럼 붉은 앞발이 갈로스의 앞발과 맞붙으며 힘겨루기를 시도했다.​하지만.​갈로스의 힘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비늘 아래의 강인한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고, 단단한 비늘조차 들썩일 정도였다. 그의 앞발이 서서히 붉은 앞발을 밀어내며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렸다.​힘겨루기에서 패배한 것이다.​붉은 앞발의 주인이 손을 거두었다. 한 쌍의 붉은 눈동자로 갈로스를 노려보며, 앙칼지면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갈로스, 이 가증스러운 혼혈 같으니! 조만간 반드시 널 이겨주겠어!​해츨링 사만다. 갈로스의 친동생이자 순혈 레드 드래곤이었다.​드래곤족에게 혼혈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드래곤의 혈통은 워낙 배타적이라 서로 융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레드 드래곤과 아이언 드래곤 사이에서 자식이 태어나면, 대부분 순혈 레드 드래곤이나 순혈 아이언 드래곤 중 하나로 태어난다. 갈로스처럼 두 혈통의 정수가 완벽히 섞인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었다.​팍!​갈로스는 어린 레드 드래곤의 머리를 앞발로 가볍게 후려쳤다.​자신보다 강한 드래곤을 상대할 때는 말투와 단어 선택에 주의해라.​이 일격에 사만다의 고개가 크게 휘청였고, 몸 전체가 밀려날 정도로 힘이 실려 있었다.​드래곤 사이, 특히 악룡들 사이에서는 오직 힘만이 대화의 수단이었다. 오직 강함만이 존중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갈로스는 이미 악룡의 방식으로 체득하고 있었다.​여동생 사만다는 갈로스보다 1년 늦게 알을 깨고 나왔다.​당시 갈로스는 포동포동하고 동그란 여동생이 귀엽고 가여워 보여, 자신이 먹던 고기 한 점을 떼어준 적이 있었다.​그런데.​사만다는 그것을 갈로스의 나약함으로 오해했다. 악룡의 본성을 드러내며 갈로스의 모든 음식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동시에 태어난 아이언 드래곤 남동생 역시 사만다와 한통속이 되어 갈로스를 협박했다.​갈로스가 거절하자 두 녀석은 감히 발톱을 치켜들고 음식을 약탈하려 들었다.​결국 갈로스는 그들을 바닥에 처박고 먼지가 나도록 두들겨 패주었다. 이빨 몇 개가 날아간 뒤에야 녀석들은 겨우 고분고분해졌다.​혼혈인 갈로스는 태생적으로 일반 레드 드래곤이나 아이언 드래곤보다 강인했고, 1년이라는 시간 차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벽이었다.​한편.​한 대 얻어맞은 사만다는 이를 갈며 반격하려 했으나, 갈로스의 눈에서 번뜩이는 흉성을 보고는 얼른 기세를 죽였다.​레드 드래곤은 폭력을 숭상하고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려 든다.​하지만 상대의 힘이 자신을 압도할 때는 잠시 숨을 죽이고 때를 기다린다. 상대를 뛰어넘는 순간 처절하게 복수하기 위함이다.​게다가 지난 수년간 갈로스에게 수도 없이 두들겨 맞으며, 이 오라버니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존경하는 오라버니.​사만다가 꼬리를 내리며 말했다.​어머니께서 드래곤 네스트로 오라고 하십니다.​용건을 전한 뒤 그녀는 나지막이 투덜거렸다.​맨날 물속에나 처박혀 있고, 정말 이상한 오빠야. 덕분에 나까지 물에 들어와야 했잖아.​사만다는 온몸에 닿는 물의 감촉이 소름 끼치도록 싫은 듯, 혐오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그녀는 꼬리와 허리를 흔들며 수면을 향해 빠르게 헤엄쳐 올라가 갈로스보다 먼저 물 밖으로 나갔다.​갈로스는 서두르지 않고 물속에서 날개를 저어 솟구쳐 올랐다. 공중으로 비상한 그는 사만다를 추월해 먼저 드래곤 네스트로 향했다.​드래곤 네스트—— 그것은 천갱 동쪽 절벽 산체에 자리 잡고 있었다.​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투박하고 거대한 동굴에 불과했다.​달빛조차 닿지 않는 깊은 곳이었으나, 동굴 내부 벽면은 기이한 금속으로 도금되어 있었고 곳곳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와 전혀 어둡지 않았다.​갈로스는 날개를 접고 금속화된 바닥을 딛으며 안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갈수록 주변의 금속 광물은 더욱 조밀해졌다.​벽면에는 금속 덩어리들이 마치 꽃처럼 피어 있었고, 바닥에는 각진 금속 기둥들이 솟아 있었다.​마침내 동굴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하자 시야가 탁 트이며 거대한 '공동'이 나타났다.​이 드래곤 네스트의 핵심부는 흔히 생각하는 거친 동굴이 아니었다.​바닥과 벽면 전체가 수은처럼 매끄러우면서도 표면에 녹슨 듯한 물결무늬가 감도는 부드럽고 강인한 금속으로 덮여 있었다.​정북쪽에는 30미터 높이의 계단형 금속 제단이 솟아 있었고, 그 정상에는 아이언 드래곤인 어머니의 전용 옥좌가 놓여 있었다.​——그것은 수많은 검과 창을 녹여 만든 것으로, 패배자들의 무기가 이제는 계단이 되어 굳어 있었으며 각 층계마다 드래곤어 룬이 새겨져 있었다.​갈로스는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옥좌 위에는 몸길이 20미터에 달하며, 숨결 한 번에 폭풍 같은 기류를 일으키는 거대한 존재, 진정한 드래곤이 군림하고 있었다.​PS: 계속해서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신작 연재 기간에는 독자 여러분의 데이터가 이후 추천 결정에 가장 중요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본 장 완)​제3장 협상​드래곤의 비늘은 두껍고 겹겹이 쌓여 있었으며, 깊은 철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표면은 단조를 마친 금속 원석처럼 미세한 톱니 모양의 질감이 가득해 마치 강철을 부어 만든 듯했다. 관절부에는 외골격 같은 금속 돌기가 솟아 있었고, 등에는 상어 지느러미를 닮은 묵직한 가시들이 늘어서 있었다.​그녀는 그저 높은 제단 위에 고요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날개와 사지를 완전히 펴지 않은 수축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천지를 뒤덮는 듯한 압박감이 전해져 왔다.​이런 드래곤이 분노했을 때 초래할 파괴와 파멸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오금을 저리게 했다.​드래곤은 갈로스와 똑같은 검은 눈동자로 그를 응시했다.​갈로스의 어머니—— 아이언 드래곤 레티시아였다.​어머니.​어린 드래곤은 고개를 숙여 제단 위의 드래곤에게 경의를 표했다.​레티시아는 지극히 전통적인 아이언 드래곤이었다. 어떤 용신도 믿지 않는 질서 악 성향으로, 효율과 실용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엄격한 위계질서를 준수하며 드래곤족이 주도하고 아이언 드래곤이 통치하는 세상을 꿈꾸는, 계급 의식이 투철한 존재였다.​그녀의 눈에 자식은 결코 선을 넘어서는 안 될 아랫사람일 뿐이었다.​반드시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 자신에게 합당한 존중과 경외를 표해야 했다.​갈로스, 나의 아이야. 화염과 강철의 결정체여.​레티시아는 갈로스를 내려다보며 차갑고도 매혹적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여섯 번의 달이 바뀌는 동안 해츨링의 연약한 비늘은 벗겨졌고, 이제 너의 비늘은 철처럼 단단해졌구나.​그녀의 목소리는 사포로 강철 덩어리를 문지르는 듯했고, 음절마다 공기 중의 금속 입자들이 공명하며 웅웅거렸다.​갈로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드래곤족은 나이에 따라 여러 단계로 분류된다.​예를 들어 1~5세는 해츨링 단계로, 이 시기에는 어머니로부터 음식과 보호, 거처를 제공받는 비호 아래 놓인다.​그다음 단계인 6~12세는 유룡기(어린 드래곤 시기)다.​악룡들의 모성애는 매우 희박하며 자식을 양육하는 데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자식이 유룡기에 접어들면 악룡들은 대개 그들을 내쫓아 자신의 영토를 떠나 독립하게 만든다.​갈로스에게는 형이 한 마리 더 있었는데, 이미 몇 년 전에 쫓겨나 지금은 생사조차 알 수 없었다.​갈로스 또한 언젠가 이 날이 올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이 마법 세계는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 초자연적 존재는 드래곤뿐만이 아니었으며, 마법의 힘 또한 드래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게다가 드래곤은 몸 전체가 최상급 재료였기에 늘 탐욕의 대상이 되었다.​성체 이상의 드래곤이라면 스스로를 지킬 강력한 힘이 있지만.​어린 드래곤은 어떠한가?​인간으로 치면 이제 겨우 걸음마를 떼고 비틀거리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비호 없이 홀로 남겨진 어린 드래곤에게 세상은 온통 위험투성이였고 생존은 가혹한 과제였다.​악룡의 자식들이 성체가 되기 전 요절할 산림동 하수구 확률은 매우 높았다.​유룡기의 자식을 내쫓아 독립시키는 관습은 갈로스가 보기에 매우 불합리했고, 드래곤족이 점차 쇠락하는 이유이기도 했다.​또한.​그는 악룡들이 성체가 된 후 보여주는 포악하고 잔인한 성격이, 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가혹한 생존 투쟁에서 비롯된 것이라 짐작했다.​내가 너만 했을 때, 나의 발톱과 이빨은 너만큼 날카롭지 못했다.​레티시아가 말을 이었다.​비늘 또한 너처럼 견고하지 못했지. 하지만 나는 이미 어머니의 비호를 떠나 나만의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다.​자신의 영토를 언급할 때 그녀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고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그녀가 말한 '영토'는 사실 보잘것없는 하수구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레티시아의 얼굴은 강철 같은 비늘로 덮여 있었고, 낯짝 또한 두꺼웠기에 표정은 여전히 태연했다.​그녀는 거대한 몸을 뒤로 살짝 젖히며 선언했다.​갈로스, 이제 이곳을 떠나 너만의 삶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내일 새벽이 오기 전까지, 너의 비늘에 이 땅의 먼지가 묻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결국 나를 내쫓으려는 거군.​빌어먹을 악습 같으니라고. 자기가 비를 맞았다고 남의 우산까지 찢어버리면 어떡합니까, 어머니!​레티시아의 말을 들은 갈로스는 가슴이 서늘해졌다.​동시에 등 뒤에서 참지 못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여동생 사만다와 방금 도착한 남동생 고어튼, 두 마리의 다섯 살배기 해츨링이 고소하다는 듯 갈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꼬리를 살랑거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악룡의 본성 때문인지 두 녀석은 평소 갈로스에게 자주 시비를 걸었고, 그때마다 갈로스에게 처참하게 두들겨 맞았다.​그들에게 갈로스의 추방은 더할 나위 없는 경사였다.​멍청한 녀석들, 지금의 내 모습이 1년 뒤 자신들의 미래라는 걸 모르는 건가?​갈로스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바보들과 상대하기를 포기했다.​두 해츨링은 당장의 즐거움에 눈이 멀어 미래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숙였던 고개를 든 갈로스는 레티시아를 직시하며 말했다.​어머니, 당신의 영토에 조금 더 머물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레티시아가 날개 한쪽을 펼치자 거대한 그림자가 둥지의 절반을 집어삼켰다.​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안 된다.​갈로스는 이런 상황을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보물을 대가로 음식과 비호를 거래하려 했습니다만, 어머니의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어쩔 수 없군요.​말을 마친 갈로스는 고개를 저으며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보물?​레티시아의 동공이 순식간에 세로로 수축했다.​사랑하는 갈로스, 잠깐 기다려라!​평범한 드래곤이라면 보물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갈로스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보물은 모든 드래곤의 약점이었고 레티시아도 예외는 아니었다.​그녀는 고지식하고 전통을 중시하며 여섯 살 유룡은 독립해야 한다고 믿었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이다. 레티시아는 철저한 실용주의자였고, 갈로스가 보물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 자식을 계속 거두는 것쯤은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딱딱하게 굳어 있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레티시아는 인자한 목소리로 물었다.​보물은 어디서 난 것이며, 음식과 비호를 위해 얼마나 내놓을 셈이냐?​갈로스는 사지를 모으고 단정히 앉아 거대한 드래곤을 올려다보며 침착하게 대답했다.​저는 광물, 특히 귀금속 광맥을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아주 선명하게 느껴지죠.​어머니께 약속드립니다. 매달 최소 10근이 넘는 귀금속 원석 세 덩이를 바치겠습니다.​그 대가로 어머니께서는 저에게 비호와 예전과 같은 고품질의 고기를 제공해 주시면 됩니다.​레티시아가 제공하는 고기는 레벨이 높은 마물의 것이었으며, 현재의 갈로스 힘으로는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갈로스에게는 고품질의 영양분이 절실했다. 그의 적응 진화 재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충분한 에너지 보충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갈로스의 제안에 레티시아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합리적이었다.​아이언 드래곤에게는 금속 광물을 감지하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지만, 어린 유룡 단계에서 이런 능력이 발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네가 직접 광산을 파겠다는 말이냐?​드래곤은 본래 오만하여 광질처럼 하급 권속이나 노예들이 하는 일은 직접 하려 들지 않았다.​보물 이야기가 나오자 레티시아는 금세 타산적인 태도로 돌변해 덧붙였다.​내 권속들을 동원해 광산을 파고 싶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구체적인 액수는 네가 부릴 권속의 레벨에 따라 다시 협의하도록 하지.​레벨이란 생물학적 등급을 의미했다.​개체의 실력을 구분하는 가장 직관적인 기준이다. 현재 갈로스의 생물학적 레벨은 7이었다. 이 정도 수치는 같은 나이대의 골드 드래곤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일반적인 골드 드래곤보다 우수한 수준이었다.​보통 레드 드래곤이나 아이언 드래곤은 같은 나이일 때 골드 드래곤보다 약하기 마련이다.​크로매틱 드래곤 중 최약체인 화이트 드래곤의 경우, 여섯 살 때의 평균 레벨은 고작 3 전후에 불과했다.​필요 없습니다. 저에게는 부릴 수 있는 광산 노예가 두 마리 있거든요. 제가 직접 채찍질하며 독려한다면 채굴 효율이 꽤 높을 겁니다.​갈로스는 레티시아의 제안을 거절했다.​광산 노예가 두 마리나 있다고? 사만다와 고어튼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갈로스가 언제 광산 노예를 두 마리나 구했지?​사만다가 옆에 있는 고어튼에게 나지막이 물었다.​나도 몰라.​고어튼은 맑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저었다.​두 해츨링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지만, 갈로스가 대체 어디서 노예를 구해왔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본 장 완)​제4장 광질​레티시아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어리둥절해하는 멍청한 두 해츨링을 힐끗 보았다.​그녀는 갈로스의 말투와 눈빛에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금세 눈치챘다.​하지만 레티시아는 제지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자식들 간의 다툼에 있어서, 생사가 오가는 상황이 아닌 한 평범한 괴롭힘이나 압박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그녀의 철칙이었다.​게다가.​두 해츨링은 매일같이 그녀가 주는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도 영토 안을 빈둥거리며 돌아다닐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쓸모 있는 일이라도 시키는 게 나았다.​해츨링이나 유룡을 광질에 동원하는 일.​레티시아 스스로는 차마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녀는 사악하고 냉혹했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규칙을 엄격히 고수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갈로스가 하겠다면 그것은 형제간의 서열 정리일 뿐이니 지극히 합당했다.​문제는, 네 '광산 노예'들 역시 나의 비호 아래 살고 있다는 점이다.​레티시아는 눈을 번뜩이며 꼬리를 살랑거렸다.​그녀의 시선을 받은 레드 아이언 드래곤은 즉시 대답했다.​매달 10근 무게의 귀금속 원석 한 덩이를 더 바치겠습니다.​좋다.​잠시 생각에 잠겼던 레티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어머니, 감사합니다.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가서 네가 할 일을 하거라.​갈로스는 몸을 돌려 두 해츨링에게 다가가 멈춰 섰다.​사만다, 고어튼.​동생들의 이름을 부르는 갈로스의 눈이 가늘어졌다.​나를 따라와라.​두 드래곤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발을 떼지 않았다.​무슨 짓을 하려고?​그들이 물었다.​물론 너희에게 광질을 시키려는 거지.​갈로스가 입가를 비틀며 웃었다.​우리가 왜!​두 해츨링은 격렬하게 거부했다. 동시에 갈로스가 말한 '광산 노예'가 바로 자신들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달았다.​내가 너희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지.​말이 끝나기도 전에 갈로스는 동생들을 향해 달려들었다.​쾅!​강력한 드래곤 돌진에 고어튼이 정면으로 튕겨 나갔다.​비늘끼리 부딪치는 순간 자욱한 불꽃이 튀었다. 갈로스의 비늘은 단 하나도 손상되지 않았으나, 고어튼의 비늘은 사방으로 깨져 나갔다. 고어튼은 금속화된 동굴 벽면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사만다가 상황을 파악하고 반응하려던 찰나.​갈로스는 허리를 비틀며 몸을 돌렸다. 칼날 같은 비늘이 덮인 굵고 긴 꼬리가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며 날아왔다.​쾅!​육중한 힘이 실린 꼬리가 사만다의 어깨를 강타했다. 접촉하는 순간 비늘 한 겹이 찢겨 나갔고, 그녀는 마치 넝마 조각처럼 멀리 나가떨어졌다.​말을 안 들으면 들을 때까지 패주마.​갈로스는 턱을 치켜들며 쓰러진 두 해츨링을 내려다보았다.​빌어먹을 갈로스! 우리의 본때를 보여주마!​두 해츨링의 흉성도 자극받았다. 드래곤 특유의 강인한 신체 덕분에 갈로스의 공격을 받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몸을 일으켰다.​그들은 분노 섞인 포효를 내지르며 양옆에서 갈로스를 향해 달려들었다.​보통 1년이라는 나이 차이는 일 대 이의 싸움을 극복하기 쉽지 않은 격차였다.​하지만.​사만다와 고어튼은 갈로스와 달랐다. 갈로스는 어린 나이부터 스스로를 단련해 왔으나, 이들은 대부분의 해츨링처럼 때가 되면 알아서 강해질 것이라 믿으며 나태하게 시간을 보내왔다.​반면 갈로스는.​드래곤이 절대적인 지배자가 아니며 이 세계가 위협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의식적으로 자신을 단련해 왔다.​흥, 제대로 교육해주마.​갈로스는 목을 가볍게 풀며 두 해츨링을 맞이했다.​퍽! 쾅! 콰직!​둔탁한 육체의 충돌음이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단 3분 뒤.​두 해츨링은 배를 드러낸 채 기절한 듯 바닥에 대자로 뻗어 있었다. 온몸은 갈로스에게 두들겨 맞은 흔적으로 가득했고, 비늘은 여기저기 빠져 있었으며 이빨도 몇 개 사라졌다. 뿔조차 보기 흉하게 휘어져 있었다.​그에 반해 갈로스는 비늘 하나 상하지 않았다.​먼지가 좀 묻었을 뿐, 가장 큰 상처라고는 사만다에게 물린 앞팔의 자국뿐이었다. 그마저도 갈로스의 비늘이 워낙 두껍고 단단해 사만다의 이빨이 아릴 정도였고, 비늘 표면에 작은 자국만 남았을 뿐 피 한 방울 배어 나오지 않았다.​비늘 아래에는 질긴 가죽이 한 층 더 있었다.​사만다는 가죽에 닿기도 전에 갈로스에게 뿔을 잡힌 채 머리를 쥐어박히며 흠씬 두들겨 맞아야 했다.​사랑하는 갈로스,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구나.​레티시아가 꼬리를 쳐 가벼운 소리를 내며 갈로스의 행동에 만족감을 표했다.​사실 그녀는 갈로스를 줄곧 높게 평가해 왔다. 이 혼혈 드래곤은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힘에 대한 집착과 진지함이 남달라 위대한 악룡이 될 잠재력이 충분했기 때문이다.​평가와는 별개로.​공짜로 갈로스를 먹여 살릴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이제 갈로스가 보물을 대가로 음식과 비호를 거래하게 되었으니, 레티시아로서는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되었다.​처참하게 두들겨 맞은 두 해츨링에 대해서는.​레티시아는 눈곱만큼의 동정심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실력이 부족한 자신들을 탓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갈로스는 짧게 답한 뒤, 양손에 하나씩 사만다와 고어튼의 꼬리를 쥐고 레티시아의 둥지 밖으로 질질 끌고 나갔다.​기절한 두 해츨링은 죽은 듯이 무거웠다.​그들의 꼬리를 쥔 채 천갱 중앙의 호수 위로 날아오른 갈로스는 그대로 녀석들을 던져버렸다.​풍덩!​거대한 물보라가 일었다. 흩뿌려진 물방울들이 달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났다.​갈로스는 공중에서 날개를 저으며 호수 아래를 주시했다.​십여 초가 지나자, 두 그림자가 마치 불이라도 붙은 듯 물 밖으로 튀어나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갈로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갈로스는 날개를 가볍게 휘둘렀다.​차가운 달빛 아래, 그의 날개는 유독 길고 넓었다. 익폭이 무려 12미터에 달해 체장의 두 배나 되었고, 날개막은 질기기 그지없어 공기를 가를 때마다 맹렬한 소리를 냈다. 날개 가장자리는 칼날처럼 예리했으며 차가운 금속 광택을 내뿜었다.​슈슉!​날개가 공기를 찢는 소리가 날카로운 비명처럼 울렸다.​갈로스는 순식간에 사만다를 따라잡아 꼬리를 낚아챘다. 그러고는 그녀를 크게 휘둘러 반대편으로 도망치던 고어튼에게 내던졌다.​쾅!​두 해츨링은 한데 엉켜 지면으로 추락했다. 파편과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며 주변 대지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퍼져나갔다.​더 도망갈 거냐? 원한다면 3초의 시간을 더 주지.​갈로스는 날개를 접고 추락한 동생들 앞에 내려앉았다.​사만다와 고어튼은 삶의 의욕을 잃은 표정으로 갈로스를 바라보며 더는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곧이어 갈로스는 자신이 평소 산을 들이받으며 단련하던 곳으로 그들을 데려갔다.​그는 금속 광물을 감지하는 감각이 예민했고, 이곳을 자주 드나들며 깊은 곳에 광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갈로스는 한 지점을 가리키며 채굴을 명령했다.​두 해츨링은 내키지 않았지만, 갈로스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굴복하여 묵묵히 땅을 파기 시작했다.​콰직! 콰득!​발톱으로 바위를 깎아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사이 갈로스는 몇 번이고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날개를 접고 육중한 몸을 지면으로 던졌다. 대지를 들이받는 충격에 땅에는 거대한 구멍이 하나둘 늘어갔다.​이것은 산을 들이받는 것보다 훨씬 격렬한 단련 방식이었다.​——일명 '땅을 들이받는 기행'.​고도를 잘못 조절하면 불구가 될 위험이 있었기에 갈로스조차 자주 시도하지 않는 방식이었다.​하지만 레티시아의 '추방 선언'은 갈로스에게 언젠가 홀로 위험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각인시켰고, 그는 더욱 강해지기를 갈망했다.​두 해츨링은 갈로스의 기이한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뼈 빠지게 땅을 파면서도 속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사만다는 입안의 돌가루를 퉤 하고 뱉어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갈로스는 머리가 어떻게 된 게 분명해. 조만간 스스로 땅에 박혀 불구가 되겠지. 그럼 우린 자유야.​고어튼은 뿔로 단단한 바위를 부수며 그 말에 맞장구쳤다.​자유뿐만이 아냐. 그때가 되면 녀석을 협박해서 우리 대신 광석을 찾게 하고 땅을 파게 만들 거야!​미래에 갈로스를 짓밟고 자신들을 위해 광질을 시키며 보물을 쌓아갈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자.​두 해츨링은 피로도 잊은 채 입가에 미소를 띠며 발톱을 더욱 빠르게 놀리기 시작했다.​(본 장 완)​제5장 진화 (추천 부탁드립니다)​한낮의 태양이 중천에 떠올라 독한 햇살을 녹아내린 금물처럼 쏟아냈다. 황야 전체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다.​지면의 온도는 계속해서 치솟았고, 공기는 일렁이는 아지랑이로 뒤덮였다. 멀리 보이는 산맥은 열기 속에서 신기루처럼 흐릿한 윤곽만을 드러냈다.​이런 날씨에는 대부분의 생명체가 더위를 견디지 못해 활동을 멈추고 몸을 숨기기 마련이다.​하지만 원형 천갱에 거주하는 드래곤족에게는 예외였다.​화염 속성의 드래곤들에게 이런 무더위는 오히려 정신을 더욱 맑게 하고 활동성을 높여주는 촉매제였다.​갈로스가 레티시아와 협상을 마친 지도 벌써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어린 드래곤은 한창 성장할 시기였고, 갈로스는 누구보다 부지런히 자신을 단련했다.​한 달 사이 그의 체구는 눈에 띄게 커졌다. 비늘은 마치 강철을 부어 만든 듯 견고해졌고, 비늘 아래 숨겨진 근육 섬유는 힘을 줄 때마다 강철 와이어처럼 꼬이며 폭발적인 위력을 예고했다.​휴식 시간 끝이다. 가서 땅이나 파!​벽 근처에서 갈로스가 꼬리를 휘둘러 돌멩이 두 개를 던졌다. 돌은 정확히 고어튼과 사만다의 머리를 맞혔다.​두 해츨링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들며 항의했다.​겨우 한 시간 쉬었잖아! 이건 학대야! 어머니의 코볼트 권속들도 이 정도 일하면 두 시간은 쉬게 해준다고!​레티시아에게는 수하들이 있었다.​그중 한 코볼트 부족은 오로지 레티시아를 위해 광산을 채굴하는 일을 전담하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갈로스는 바닥을 꼬리로 쳐 불꽃을 일으키며 두 녀석 앞으로 다가갔다.​너희가 왜 줄곧 나를 이기지 못하고 내 발밑에 깔려 농락당하며 굴욕을 맛보는지 아느냐?​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두 해츨링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건 너희에게 상구심(上進心)이 없기 때문이다!​갈로스는 몸을 굽혀 두 녀석을 위압하며 낮은 목소리로 일갈했다.​고귀한 진룡(真龍)의 일원이자 몸속에 용의 혈맥이 흐르는 자들이, 감히 자신을 코볼트 따위와 비교하다니!​어린 드래곤은 가엾다는 듯 실망 섞인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코볼트보다 못한 폐물들이라니, 진룡의 피가 아깝구나.​그는 극도의 혐오감을 담아 쏘아붙였다.​헛소리 마! 코볼트 따위가 감히 나랑 비교가 돼?​사만다가 격분하며 소리쳤다.​맞아! 난 코볼트보다 백 배는 더 강하다고!​고어튼 역시 씩씩거리며 소리쳤다.​갈로스는 그제야 표정을 풀며 입가를 비틀어 웃었다.​말로만 떠들지 말고 증명해 봐라. 너희의 결의를, 드래곤족으로서의 강함과 끈기를 내게 보여주란 말이다.​흥, 우릴 얕보지 마!​두 해츨링은 콧방귀를 뀌며 의욕 충만하게 광도로 뛰어들었다. 온 힘을 다해 광질을 하며 갈로스에게 자신들이 코볼트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노라 다짐했다.​이른바 '도발'—— 드래곤에게는 특효약인 전략이었다.​오만하고 자존심 강한 드래곤들에게 자극과 도발만큼 확실한 동기부여는 없었다.​광도로 사라지는 두 녀석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거둔 갈로스는 생각했다.​'레티시아도 저 녀석들처럼 다루기 쉬우면 참 좋을 텐데.'​드래곤은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의 본능을 제어할 줄 알게 된다. 레티시아 같은 성체 드래곤은 해츨링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지혜로웠다.​반면 저 두 녀석은 지금 바보나 다름없을 정도로 순진했다.​저런 상태로 1년을 더 보내 유룡이 된 뒤, 예정대로 레티시아에게 쫓겨나 홀로 세상을 마주한다면? 실력은 없으면서 자존심만 강한 저들이 이 험난한 세계에서 살아남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그때였다.​갑자기 거센 광풍이 몰아쳤다.​갈로스가 하늘을 올려다보자, 거대한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레티시아의 실루엣이 보였다. 40미터에 달하는 익폭이 지면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고, 그녀가 뿜어내는 드래곤 피어가 대기를 짓눌렀다.​지면의 먼지가 휘날리고 바위들이 진동했다.​레티시아가 하늘에서 시커먼 덩어리 하나를 떨어뜨렸다. 육중한 물체가 지면에 부딪히며 지진이라도 난 듯 굉음이 울려 퍼졌고, 낙하지점에는 거대한 구덩이와 함께 거미줄 같은 균열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갈로스는 날개를 휘둘러 먼지를 걷어내고 내용물을 확인했다.​수십 톤은 족히 나갈 법한 거구에 겹겹이 쌓인 근육, 머리 위에는 거대한 뿔이 솟아 있고 단단한 갑피로 무장한 '대각 만우(大角蠻牛)'였다.​생물학적 레벨 10 이상의 강력한 흉수였다.​갈로스가 그토록 갈구하던 고품질의 영양원이었다.​레티시아는 갈로스와의 계약을 철저히 이행하며 정기적으로 고품질의 식료를 제공하고 있었다.​이것은 오직 갈로스만을 위한 몫이었다.​광질에 동원된 두 해츨링 역시 밤낮없이 일만 하는 진짜 노예는 아니었다. 그들은 일을 마친 뒤 드래곤 네스트로 돌아가 레티시아가 제공하는 일반적인 음식을 먹었다.​레티시아는 냉정한 성격이었으나 규칙을 중시했기에 자식들을 홀대하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우대하지도 않으며 합당한 대우를 유지했다.​사냥감을 던져준 레티시아는 지체 없이 자신의 둥지로 돌아갔다.​식사 시작해볼까.​갈로스는 시선을 거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대각 만우의 사체를 뜯어내기 시작했다.​사체의 표면을 덮은 단단한 갑피는 금속 광석을 씹으며 단련된 갈로스의 이빨로도 단번에 뚫리지 https://sites.google.com/view/upuhzcnwflt 않아 몇 번이고 힘주어 물어뜯어야 했다.​고기는 무척 신선했다. 마치 살아있는 놈을 그대로 쫓아가 물어뜯는 듯한 질기고도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고기가 목구멍을 넘어갈 때마다 갈로스는 온몸이 따스해지며 풍부한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을 느꼈다.​대각 만우의 절반가량을 해치웠을 무렵, 갈로스의 체내외에서 짜릿하고 가려운 감각이 피어올랐다. 파도처럼 온몸을 휘감으며 요동치는 감각이었다.​바로 이 느낌이야.​갈로스의 눈에 기쁨이 서렸다.​엄청난 양의 고기를 먹어 치운 탓에 드래곤의 무쇠 위장으로도 포만감이 느껴졌지만, 온몸을 훑는 이 짜릿한 감각과 함께 포만감은 씻은 듯 사라졌고 오히려 음식에 대한 강렬한 갈증이 다시 치솟았다.​어린 드래곤은 숨을 들이키며 입을 크게 벌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아그작!​거대한 고기 덩어리를 뜯어낸 갈로스는 대충 씹어 삼켰다. 위장으로 들어간 고기는 즉시 따스한 기운으로 변해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짜릿한 감각과 함께 최근 집중적으로 단련했던 부위들로 몰려들었다.​지면과 끊임없이 충돌했던 비늘, 산벽을 들이받았던 뿔, 바위를 내리쳤던 꼬리.​그리고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냈던 근육과 오장육부까지.​비록.​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적 변화는 아직 없었으나,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진화는 찰나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적응하고 에너지를 비축했을 때, 특정 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그동안의 단련에 걸맞은 결과를 내놓는 것이지.'​갈로스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지난 몇 년간 그는 자신의 재능을 탐구하며 나름의 가설을 세웠다.​사실 모든 생명체에게는 적응 진화의 힘이 잠재되어 있다. 다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수백만 년이라는 유구한 세월이 필요할 뿐이다.​갈로스는 그 기나긴 시간을 비상식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진화의 재능 자체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언젠가는 찰나의 순간에 적응 진화를 마칠 수도 있겠지. 아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직접 진화 경로를 결정하게 될지도 몰라.​그는 희망에 부풀었다.​갈로스는 기세를 몰아 자신의 몸무게보다 몇 배는 무거운 대각 만우의 사체를 완전히 비워냈다.​온몸을 감도는 짜릿한 감각이 정점에 달했다.​그는 쇠뿔도 단김에 빼듯,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다시 한번 산과 땅을 들이받기 시작했다. 고통스럽지만 즐거운, 성장의 과정이었다.​(본 장 완)​제6장 완충 비늘 (추천 부탁드립니다)​원형 천갱의 한쪽 산벽 앞 공터. 그곳은 크고 작은 구덩이들로 가득했다. 마치 무거운 물체들이 하늘에서 끊임없이 추락해 만들어진 흔적 같았다.​대체 무엇이 그토록 많이 떨어졌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쾅!​자갈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몸길이 6미터가량의 어린 드래곤이 날개를 접은 채 지면으로 추락했다. 육중한 충격과 함께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퉤!​갈로스는 입안의 돌가루를 뱉어내며 구덩이 속에서 고개를 흔들며 기어 나왔다.​그의 몸을 덮고 있던, 강철을 부어 만든 듯 은색 광택이 감돌던 검은 비늘들 중 일부가 칙칙한 회흑색으로 변해 있었다. 금속 같은 질감은 사라졌고 표면을 흐르던 용암 같은 암적색 문양도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방금 추락한 구덩이 바닥에는 떨어져 나간 회흑색 비늘들이 흩어져 있었다.​갈로스의 비늘은 이전보다 훨씬 취약해진 것처럼 보였다.​멀리서 보면.​지금의 갈로스는 검은색도 회색도 아닌 모호한 빛깔을 띠어 외형적인 위엄 또한 다소 줄어든 모습이었다.​하지만.​갈로스의 표정에는 불만이라곤 전혀 없었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구덩이를 한 번 돌아본 뒤, 바닥에 떨어진 비늘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자신의 몸을 훑어보았다.​회흑색 비늘이 떨어진 자리 아래에는 연약한 속살이 아니라, 암적색 문양이 선명하고 은색 광택이 흐르는 견고한 검은 비늘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그렇다. 갈로스의 몸에 새로 돋아난 회흑색 비늘은 기존 비늘 위에 덧씌워진 추가적인 층이었다. 주로 등과 가슴, 사지 관절 부위에 집중적으로 형성되어 있었다.​——그것은 바로 충격을 흡수하고 떨어져 나가는 '완충 비늘'이었다!​이 비늘은 강력한 충격을 받을 때 스스로 떨어져 나가며 에너지를 분산시켰고, 떨어지는 순간 반작용을 일으켜 내부 충격을 최소화했다.​방금과 같은 높이에서 추락했다면 이전의 갈로스는 한동안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벼운 진동만 느껴졌을 뿐, 체내의 불쾌감이나 통증은 전혀 없었다.​변화는 완충 비늘뿐만이 아니었다.​갈로스의 머리 위에 솟은 한 쌍의 뿔은 더욱 굵고 거대해졌으며, 뿔의 뿌리를 감싼 금속 외골격 또한 넓게 확장되어 안정감을 더했다.​꼬리에 돋은 칼날 같은 비늘은 더욱 촘촘해졌다.​비늘 아래 감춰져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근육과 골격, 장기들 또한 더욱 강인해져 외부 충격에 견디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이번 진화로 비늘의 강도를 높이는 대신 완충 비늘이 생겨날 줄은 몰랐군.​새로 생긴 완충 비늘은 갈로스에게도 의외의 수확이었다.​기존 비늘의 경도 역시 소폭 상승했으나, 이번 진화의 핵심은 이 이중 구조의 방어 체계에 있었다.​고어튼, 사만다! 이리 와서 나를 공격해 봐라.​갈로스가 멀리 있는 동생들을 향해 외쳤다.​두 해츨링은 기다렸다는 듯 광도에서 튀어 나와 갈로스 앞으로 달려왔다.​'갈로스가 드디어 땅에 박히다 바보가 됐나 보군! 비늘 광택까지 죽은 걸 보니 상태가 말이 아냐.'​두 녀석은 내심 쾌재를 부르며 눈을 번뜩였다.​어서, 너희가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으로 들이받아 봐.​갈로스는 네 발로 땅을 굳건히 딛고 서서 동생들에게 신호를 보냈다.​내가 먼저 할게!​성미 급한 사만다가 먼저 날개를 휘두르며 가속했다. 육중한 발걸음이 지면에 깊은 자국을 남기며 갈로스를 향해 돌진해 왔다.​'돌진'—— 해츨링들이 전신 전령의 힘을 끌어낼 때 사용하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강력한 공격 방식이었다.​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갈로스가 아무리 강하고 덩치가 커도 정면 충돌을 받으면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찰나의 순간.​기세등등한 사만다가 갈로스의 눈앞까지 들이닥쳐 그대로 몸을 부딪쳤다.​갈로스의 강인한 흉부에 충격이 내리꽂히는 찰나였다.​검회색 용비늘이 산산조각 나 흩날리며, 무방비 상태였던 레드 드래곤 여동생에게 거대한 반동이 덮쳤다. 여동생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으나, 갈로스는 단 한 걸음의 후퇴도 없이 그저 몸을 가볍게 휘청였을 뿐이었다.​“충격 에너지를 완충 비늘이 거의 다 흡수했군. 비늘을 뚫고 내 몸에 전달된 충격은 미미한 수준이야.”​갈로스는 속으로 가늠해 보았다.​옆에서 기회를 엿보던 아이언 드래곤 남동생은 레드 드래곤 여동생의 이빨이 하나 빠질 정도로 세게 부딪혔음에도 갈로스가 꿈쩍도 하지 않는 광경을 목도했다. 타오르던 투지는 마치 한여름에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가증스러운 갈로스!”​레드 드래곤 여동생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더니 다시 분노를 터뜨리며 달려들었다. 레드 드래곤의 포악함은 아이언 드래곤을 훨씬 능가했고, 패배의 굴욕은 여동생을 더욱 광기 어린 상태로 몰아넣었다.​다른 기술은 필요 없다는 듯, 여동생은 오로지 육탄 돌격만을 반복하며 갈로스에게 부딪혔다.​갈로스의 몸에서 용비늘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겉으로는 위태로워 보였으나, 정작 튕겨 나가는 쪽은 매번 레드 드래곤 여동생이었다. 그는 몰아치는 파도를 묵묵히 견뎌내는 바다 위 암초처럼 견고했다.​갈로스의 가슴을 덮고 있던 완충 비늘이 거의 다 떨어져 나가고, 그 아래에 강철을 부어 만든 듯한 단단한 용비늘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였다.​레드 드래곤 여동생은 이미 기력이 다해 바닥에 늘어졌고, 온몸은 제 풀에 지친 충격의 반동으로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다.​“완충 비늘이 다 떨어지기 전까지는 이런 종류의 물리적 타격은 무시해도 좋겠군.”​갈로스는 내심 만족하며 결과를 분석했다.​그는 직접적인 진화를 통해 인갑의 경도를 높이는 쪽을 선호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적응 진화의 결과는 아직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매번 진화할 때마다 마치 ‘블라인드 박스’를 여는 것처럼 예측 불가능한 변화가 뒤따랐다. 비록 진화의 방향은 언제나 긍정적이었으나, 신체의 형태가 변하는 방식은 종종 갈로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곤 했다.​“생김새는 투박해도 효과만큼은 확실하군.”​갈로스는 아이언 드래곤 특유의 실용주의적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다.​검회색 완충 비늘은 볼품없었지만 제 기능은 톡톡히 해냈기에, 갈로스는 이 정도면 꽤 만족스러웠다.​게다가 진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터였다. 언젠가는 드래곤족의 미학적 관점에서도 충분히 위엄 있고 수려한 자태로 진화할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동시에 갈로스는 이번 적응 진화의 원인에 대해 고찰하기 시작했다.​“이번에 완충 비늘이 발현된 건, 최근의 훈련 방식이 너무 단조로웠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산과 땅에 몸을 부딪치는 횟수가 잦았고 강도도 높았으니까.”​“앞으로는 이런 방식의 훈련 빈도를 줄이고, 다른 방식의 훈련을 시도해 봐야겠어.”​그는 그렇게 결론지었다.​자신의 진화 재능에 대해 갈로스는 여전히 탐색하는 단계였기에, 다양한 실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충돌 훈련의 빈도를 줄이는 대신, 힘과 속도 위주의 훈련으로 스타일을 전환하기로 했다.​그때였다.​어디선가 둔탁한 파열음이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아이언 드래곤 남동생이었다. 녀석은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혀 사지를 버둥거리더니, 머리를 흔들며 비틀비틀 일어났다.​“뭐 하는 거지?”​갈로스가 의아한 듯 물었다.​“갈로스, 네 강함의 비결을 드디어 알아냈어. 스스로를 내던져야 강해지는 게 분명해!”​아이언 드래곤 남동생은 마치 세상의 진리라도 깨우친 듯 총기 어린 눈빛으로, 자부심 섞인 어조를 내뱉었다.​그 말을 들은 레드 드래곤 여동생 역시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능의 고지를 점령하기라도 한 듯한 얼굴이었다.​“맞아, 틀림없이 그럴 거야.”​여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갈로스를 향해 선언했다.​“두고 봐, 갈로스. 머지않아 널 뛰어넘고 말 테니까!”​그날 이후, 두 마리의 새끼 드래곤은 갈로스의 강함이 고통스러운 자학 훈련에서 비롯되었다고 굳게 믿게 되었다. 그리하여 채광 틈틈이 갈로스의 방식을 모방하며, 그 기술로 그를 제압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덕분에 공터의 지표면은 녀석들이 몸을 내던진 탓에 곳곳이 함몰되고 깎여 나갔다.​그렇게 다시 일주일이 흘렀다.​몸에 돋아난 완충 비늘에 완전히 적응한 갈로스는 절벽 정상으로 날아올랐다. 인갑을 스치는 바람의 감촉을 느끼며, 그는 가늘게 뜬 눈으로 황야의 먼 곳을 응시했다.​“언젠가는 아이언 드래곤 어머니의 영역을 떠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언제까지나 비호 아래 머무는 것은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어.”​“퇴로가 확보된 지금, 실전 기술과 생존 능력을 최대한 단련해 두는 게 좋다. 가능하다면 미리 내가 머물 만한 적절한 영토를 물색해 둬야겠어.”​어린 드래곤은 묵묵히 생각하며 미래를 설계했다.​잠시 후, 갈로스는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아이언 드래곤 어머니의 거대한 싱크홀 영역을 벗어났지만, 그리 멀리 가지는 않은 채 인근 지역을 탐색하기 시작했다.​(본 장 완결)​제7장 로세른 연방​셀 황야는 아틀란 대륙의 변방에 위치하며, 북쪽으로는 [영구 동토 툰드라]와 접하고 남쪽으로는 [로세른 연방]과 이웃한다. 동서로는 각각 [아이언 러스트 산맥]과 [끓어오르는 바다]에 둘러싸인 형세였다.​울창한 숲, 웅장한 산맥, 그리고 투명한 대호수까지.​이 모든 풍경을 셀 황야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하지만.​일 년 내내 숨 막히는 고온이 지배하는 셀 황야에서 가장 흔한 풍경은 유황이 들끓는 협곡과 구릉, 그리고 버려진 광산들이었다. 이곳의 지하에는 풍부한 마법 금속 광맥이 매장되어 있어, 과거 여러 국가가 이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피 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약 800년 전의 일이었다.​남방의 국가들은 셀 황야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전쟁을 치렀고, 그 결과 생령은 도탄에 빠졌으며 천재지변이 잇따랐다. 수많은 지성 종족이 생존의 위협 속에 비명을 내질렀다.​전략과 술법, 그리고 통치술에 모두 능통한 한 인간 국왕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그는 휘하의 군단을 이끌고 남방의 제국들을 휩쓸며 평화 협정을 강요했다. 그리고 자신의 왕국인 [로세른]을 중심으로 [연방]을 결성했다. 로세른 연방은 비록 제국만큼 강성하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인 왕국들보다는 훨씬 강력한 세력을 구축했다.​그제야 셀 황야를 둘러싼 쟁탈전은 일단락되었다.​로세른 왕국의 주도하에 남방 제국들은 협상을 통해 셀 황야를 분할 점거했다. 수백 년에 걸친 채굴 끝에 셀 황야의 광물 자원은 예전만 못하게 되었고, 광맥이 고갈됨에 따라 각국이 부여하는 중요성 또한 크게 낮아졌다.​그러나.​여전히 셀 황야 곳곳에는 채굴되지 않은 광맥들이 남아 있었고,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각국의 초소와 거점, 그리고 주둔군이 배치되어 있었다.​“로세른 연방의 거점 근처에는 접근해선 안 돼.”​“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나는 그들에게 훌륭한 마법 재료가 될 뿐이다. 순식간에 해체되어 마법 도구로 제작되거나, 노예로 사로잡혀 비참한 삶을 살게 되겠지.”​황야 상공의 구름 사이를 가르며 갈로스는 서쪽을 멀리 내다보았다. 그 방향에는 대규모 [화수정 광산]을 점거한 로세른 연방의 거점이 있었다.​아이언 드래곤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그 화수정 광산을 탐내며 입맛을 다시곤 했다.​아이언 드래곤은 순수 화염 계열은 아니었으나 그 속성은 불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만약 막대한 양의 화수정을 섭취할 수 있다면 성장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아이언 드래곤 어머니 같은 성체 드래곤조차도.​그저 멀리서 지켜볼 뿐,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로세른 연방에는 에픽 강자들이 수두룩했고, 그중 한 명만 나타나도 아이언 드래곤의 가죽을 벗겨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에픽—— 그것은 생물 레벨 20 이상의 생명 층위로, 차원이 다른 도약과 승화를 의미했다. 레벨 20은 범속한 존재와 에픽을 가르는 거대한 분수령이었다.​드래곤족은 도중에 죽지만 않는다면 운명적으로 에픽에 도달하게 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 시기가 빠르냐 늦느냐의 차이일 뿐이었다.​반면 인간 중에서 에픽 강자는 만 명 중 한 명도 나오기 힘들 만큼 희귀했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자만이 에픽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으나, 워낙 인간의 개체 수가 압도적이다 보니 그 절대적인 수치는 결코 적지 않았다.​베르나르도 행성에서 에픽 강자가 가장 많은 종족은 단연 인간이었다.​드래곤, 거인, 엘프 같은 종족의 에픽 수는 인간보다 적었으나, 동일한 레벨일 경우 인간 에픽이 이들과 일대일로 맞붙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화수정 광산... 그런 광맥이 셀 황야에는 아직 많이 남아 있지.”​갈로스는 생각에 잠겼다.​아이언 드래곤 어머니의 거점인 싱크홀에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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